[중앙 칼럼] 100만불 그랜트 받은 이유
비영리재단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가장 기쁜 순간은 역시 그랜트(지원금)를 받는 때일 것이다. 평소 꼭 하고 싶은 사업이 있어도 예산이 부족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단체에 그랜트는 가뭄의 단비요,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다. 지난 7일 부에나파크의 코리안커뮤니티서비스(KCS) 클리닉에서 만난 엘렌 안 총디렉터는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섀런 쿼크-실바 가주하원의원이 KCS를 찾아와 100만 달러 그랜트 수표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쿼크-실바 의원은 지난해 KCS가 그랜트를 신청할 때부터 올해 가주하원 예산위원회가 그랜트 지급을 승인할 때까지 KCS를 도왔다. 안 총디렉터는 “너무 기쁘다. 이 돈으로 모바일 검진 차량을 마련해 학교와 양로원, 교회, 노인 아파트를 찾아다니며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KCS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한인사회는 물론 타인종 커뮤니티에도 널리 알려졌다. 코로나19 백신이 품귀 현상을 빚을 때 OC보건국을 통해 마련한 백신을 한인 시니어에게 우선 접종했고, 여러 도시의 클리닉을 통해 코로나 감염 테스트도 했다. 이런 실적이 그랜트 지원 대상 단체로 선정되는 데 도움이 된 것은 당연하다. 정치인이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많은 단체 중 어느 곳에 그랜트를 줄지 결정할 때, 가주하원 예산위원회가 최종 낙점을 할 때 해당 단체의 평판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팬데믹을 통해 KCS와 보건 당국은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건강보험을 갖고 있지 않거나 하루도 쉬지 않고 돈을 벌어야 생활이 가능한 탓에 병원 문턱을 높게 여기던 사회 취약계층 주민이 직장, 아파트를 찾아가 테스트와 백신 접종을 제공하는 모바일 검진 차량을 많이 이용했던 것이다. 취약계층엔 아시아계와 라티노 등 소수계 주민이 다수 포함됐다. KCS가 모바일 검진 차량 사업 그랜트를 신청한 것은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당국의 인식 변화에 발맞춘 탁월한 선택이었다. 쿼크-실바 의원실의 박동우 보좌관은 “그랜트 신청서가 무수히 들어오지만 실제로 그랜트를 받기 위해선 사업 계획이 주민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특정 사업이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한 것인지 등을 잘 설명해 공감을 얻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KCS의 모바일 검진 차량 사업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적절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팬데믹 이전이었다면 사업 계획이 공감을 얻기 힘들었을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박 보좌관은 안 총디렉터의 뛰어난 그랜트 신청서 작성 실력도 그랜트 수령의 중요한 비결이라고 전했다. 많은 신청서 중 특별히 눈에 띄려면 아이디어를 신청서에 잘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보좌관은 “그랜트 신청 경험이 많은 안 총디렉터가 신규 프로젝트임에도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 비전을 잘 제시했다”고 말했다. KCS의 사례는 다른 한인단체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지만, 단순한 벤치마킹만으로 좋은 결과를 내긴 어렵다. 모든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유용한 서비스 제공이란 기본에 플러스 알파를 해야 그랜트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플러스 알파의 첫 걸음은 해당 지역 정치인들과 교류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여론에 민감하기 때문에 실체를 잘 모르는 단체보다는 검증된 단체 지원을 선호한다. 단체의 평판이 좋지 않으면 정치인이 알아서 피한다. 또 특정 인종이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통해 좋은 평판을 쌓아야 한다. 정치인은 특정 인종만을 위한 사업을 돕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커뮤니티의 정치력도 키워야 한다. 한인 유권자의 표심이 결집하면 더 많은 정치인이 관심을 갖고 도우려 하기 마련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자신의 단체가 속한 지역 정치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한인 단체장이 꽤 많다. 그랜트 신청 의사가 없더라도 지역사회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려면 정치인과 알고 지내는 것이 좋다. KCS의 사례는 한인 비영리단체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한인사회에 제2, 제3의 KCS가 계속 나오길 바란다. 임상환 / OC취재담당·부국장중앙 칼럼 그랜트 그랜트 신청서 사업 그랜트 그랜트 지원